'거인 킬러' 라일리 오펠카, 마이애미에서 잭 드레이퍼 격파... 부활의 날갯짓
금요일, 하드록 스타디움 코트에 영국의 남자 1위 선수가 순조롭게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품고 입장한 관중이라면 아마 목이 뻐근한 채로 자리를 떴을 것이다. 네트 맞은편의 거인을 올려다보느라 생긴 뻐근함만은 아닐 것이다. 라일리 오펠카가 돌아왔다. 그리고 마이애미 오픈에서 톱 시드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솔직히 말해보자. 대진표가 공개됐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경기를 영국 선수에게는 잠시 주춤할 수 있는 변수 정도로 봤지, 완전한 정류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드레이퍼는 인디언 웰스에서 좀 이상한 난조를 보였으니까. 뭐랄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그런 패배 말이다. 그래서 그는 만회하려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펠카라면? 이 선수는 조용히, 하지만 모두에게 6피트 11인치(약 211cm)의 서브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님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건 대량 살상 무기나 다름없다.
거인의 각본 뒤집기
첫 게임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보통 오펠카 같은 서버를 상대할 때 전략은 간단하다. 버티다가 타이브레이크에서 기도하는 것. 하지만 드레이퍼를 상대할 때 오펠카는 마치 한 달 내내 상대 전술을 분석한 듯한 모습이었다. 에이스만 퍼부은 게 아니었다. 물론 에이스도 엄청 많았지만 말이다. 그는 발목 높이에 머무는 슬라이스도 섞어 넣으며, 22세의 젊은 선수가 길게 뻗은 팔다리를 원치 않는 방향으로 구부리도록 강요했다.
이런 경기력은 초반 라운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나카시마 vs 오펠카의 대결은 일종의 경고 사격이었지만, 모두가 나카시마의 컨디션 난조로 치부했다. 그다음 라일리 오펠카 vs 링키 히지카타 경기는? 그건 효율성의 교과서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번 경기는? 이건 선언 그 자체였다. 단순히 큰 키에서 뿜어내는 강서브가 아니라, 전술적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장면이었다.
- 서브: 오펠카의 퍼스트 서브 성공률은 78%에 달했다. 저 키에 저 코스를 찌르는 서브라면, 리턴하는 선수는 그저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다.
- 리턴 게임: 오펠카가 이 경기에서 승리한 지점은 바로 여기다. 그는 드레이퍼의 세컨드 서브를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이는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꾸준히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이다.
- 멘탈 승부: 접전 끝에 2세트를 내줬지만, 오펠카는 무너지지 않았다. 3세트에서는 수술 후 복귀한 선수가 아닌, 노련한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의 거인, 다음은?
이 경기를 지켜보면서 대진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의 대진을 보면 잠재적인 복병들이 즐비하다. 서브가 이렇게 폭발한다면, 세계 최고의 리턴 선수들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낼 것이다. 시즌 초 다비드 고팽 vs 라일리 오펠카 경기에서 그런 모습이 포착됐다. 투어 최고의 리턴어 중 하나인 고팽이 완전히 무력해 보였다. 바로 그런 에너지가 지금 오펠카에게 있다.
드레이퍼 입장에서는 쓰라린 결과다. 캘리포니아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고 싶었겠지만, 마이애미는 올해 상위 시드 선수들에게 무덤이나 다름없다. 그 외의 우리 입장에서는? 오펠카가 그런 자유로움을 갖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는 게 그저 재미있을 뿐이다. 그는 더 이상 거대한 서브 머신이 아니다. 험난한 포인트도 기꺼이 헤쳐 나가려는 경쟁자로 거듭났다.
다음 라운드에 베팅한다면, 이 거인을 무시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는 이미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고, 211cm의 거인이 부담 없이 플레이한다면, 그건 다음 상대가 될 누구에게나 공포 그 자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