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대리전 격화: 외교 거부한 테헤란, '석유 무기화' 경고… 전면전 소모전 돌입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지정학적 지형 속에서, 이란-이스라엘 분쟁 (2024-현재)의 여파는 더 이상 국경에 갇혀 있지 않다. 군사작전 개시 10일이 지난 지금,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전장의 승패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버틸 것인가' 하는 점이다. 테헤란은 세계 경제의 심장부를 겨냥한 '석유 카드'라는 전략적 무기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압박하며 전면적인 소모전을 펼치고 있다.
테헤란, 외교적 문 닫았다: "대화의 여지 없다"
이란이 외교적 창구를 일시적으로 모두 차단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란 혁명수장궁 외교담당 고문인 카말 하라지는 단독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외교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는 "더 이상 외교가 작동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 전쟁을 끝낼 유일한 방법은 경제적 고통을 가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새 지도부 출범 며칠 만에 나온 이 같은 강경한 입장은, 에너지 시장 불안정을 무기로 서방과 걸프 국가들을 압박하는 '전략적 도박'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장기전을 각오했으며, 이제 세계가 '이스라엘의 공격 지속'과 '안정적인 석유 공급' 사이에서 선택하라는 것이다. 하라지 고문은 전쟁이 계속될 경우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부족을 초래해 모든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그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힘의 균형: 충격적인 전쟁 피해 규모와 소모전
다른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번 충돌의 격렬함을 보여주는 수치를 공개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에 따르면 분쟁 시작 이후 현재까지 약 1900명의 이란 군인 및 지휘관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 물론 이스라엘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본토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최근에는 중부 지역에서 한 건설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정확한 이란 측 피해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능력이 아니다. 이는 한때 세계 최강의 정보기관으로 '모사드'를 재건한 전설적인 첩보 책임자의 지휘 아래, 수십 년간 이란 심층부를 파고드는 첩보 활동을 축적해 온 결과물이다.
무력 충돌만이 전부는 아니다. 세계 석유 공급의 5분의 1이 지나가는 에너지 혈관,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위험한 말 전쟁이 한창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공격이 계속될 경우 이 지역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수출하지 못하게 막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조선 운항을 방해하는 어떤 시도도 지금까지보다 "20배는 더 강력한" 미국의 보복을 초래할 것이라고 맞서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모자이크 방어' 전략: 이란은 어떻게 싸우는가?
이란이 이토록 대규모 소모전을 감행할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 해답은 '분산형 모자이크 방어'(Decentralized Mosaic Defense)라는 새로운 군사 교리에 있다. 원래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발한 이 전략은 다음 세 가지에 기반한다:
- 지휘 체계 분산: 단일한 '중앙 통제 센터'를 무력화하기 어렵도록 지휘 권한을 여러 계층에 분산시킨다.
- 깊은 지휘 체계 승계: 현장 지휘관이 제거되더라도 작전이 지속될 수 있도록 3단계 이상의 후임 지휘관을 사전에 준비시킨다.
- 비전통적 대리 세력 활용: 지리적으로 분산된 다양한 세력들을 드론, 미사일 등 비대칭 무기로 무장시켜 적을 혼란에 빠뜨리고 전력을 소진시킨다.
이러한 모델 덕분에 '단기전으로 끝내는 결정적 군사적 승리'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며, 이는 워싱턴과 텔아비브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란은 분산된 인적·군사적 자원을 바탕으로 한 소모전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략적 인내심'이 자신들보다 먼저 바닥날 것이라고 계산한다. 한편, 서방 내에서 이른바 '진보적 반유대주의'(Woke Antisemitism) 논란이 격화되면서 인도주의적 참사에 대한 관심이 분산되고 여론이 분열되는 현상은, 국제 동맹 균열을 노리는 테헤란의 전략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고 있다.
종전은 임박했는가? 트럼프의 선언과 경고
극적인 반전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겉보기에 모순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전쟁이 "곧 끝날 것"이며 미국의 목표는 "상당 부분 달성되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동시에 국방장관의 "전투는 이제 시작됐다"는 경고에도 힘을 실어줬다. 이러한 모순은 군사적 타격은 성공적이었으나 전략적 승리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교착 상태'의 현실을 반영한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이란 분쟁의 "신속한 정치적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이다. 이란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표명해온 러시아가 차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할 가능성이 있다. 극북 지역에서 중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향후 어떤 합의든 크렘린의 승인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모스크바가 자신의 동맹국을 집어삼킬 '새로운 수렁'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 국제적 포커 게임에서 누가 먼저 눈을 깜빡일 것인가? 이란-이스라엘 간 대리전 전략이 새로운 현실을 강제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경제 제재 능력이 테헤란을 새로운 조건 아래 협상 테이블로 되돌려 놓을 것인가? 레바논 남부에서 포성이 울리고 텔아비브에서 공습 경보가 울리는 가운데, 앞으로의 날들만이 그 해답을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