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2026, 트로피와 장벽: 미국을 고발한 팔레스타인인 영화감독 모타즈 말히스
평생을 바쳐 트로피를 꿈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지 국경 하나를 넘는 것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 2026년 아카데미 시상식 밤은 마치 각본처럼 잔혹하게 그 사실을 일깨워줬다. 마치 현대판 개츠비처럼 미소 지으며 레드카펫을 밟는 오스카 아이삭과, 지구 반대편에서는 비자 거부라는 쓴잔을 삼키며 같은 시상을 생중계로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었으니. 그 누군가는 바로 '힌드 라잡의 목소리'의 감독 모타즈 말히스다. 이 다큐멘터리는 세상의 절반을 분노하게 만들 영화였다.
그러나 하이힐과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세상은 오히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외면하기를 택했다. 아니, 정확히는 미소만 들여보내기로 한 것이다. 사연은 간단하다. 작품이 후보에 오르며 아카데미상을 눈앞에 둔 팔레스타인인 말히스 감독은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다. 이유인즉 '안전상의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그의 영화가 할리우드와는 전혀 무관한 분쟁 속에서 실종된 힌드 라잡이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면, '안전'은 그저 핑계에 불과해 보인다.
분명히 아무 잘못 없는 오스카 아이삭이 스포트라이트를 만끽하는 동안, 극장 밖에서는 진짜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었다. 할리우드는 먼 곳의 불행에는 눈물을 흘리기에 능하지만, 초대장을 손에 쥔 채 고통이 직접 문을 두드리면, 음, 차라리 열지 않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수천 마디 말보다 무거운 침묵
더욱 씁쓸한 점은 수십 년간 특정 문제에 대해 발목이 잡혀온 미국 정부의 결정 자체보다는, 시상식을 주관하는 아카데미의 침묵이다. 공식적인 논평도, 입장 표명도 없었다. 그저 텅 빔뿐이다. 마치 '힌드 라잡의 목소리'라는 제목이 마이크 앞에서 입에 올리기 곤란한 것처럼. 그러나 바로 그 목소리, 팔레스타인 소녀의 목소리는 돌비 극장의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서 울려 퍼질 자격이 충분했다.
2026년 아카데미가 남긴 의미는 다음과 같다.
- 가상의 트로피: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때도 고발할 용기를 보여준 모타즈 말히스에게.
- 레드카펫 위에 풍기는 위선의 향기: 진짜 주인공들은 문밖에 남겨진 채.
- 재확인된 현실: 특정 감독들에게 미국 입국 비자는 오스카 트로피보다 따기 어렵다.
결국, 카메라가 수상자와 낙선자를 비출 때, 하나의 의자는 비어 있었다. 모타즈 말히스의 자리였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비쳤다. 때로 진정한 불의는 트로피를 놓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고, 이야기하고, 그곳에 있을 권리 자체를 부정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에 대해선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고 있다.